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개성은 여전히 여기에 있을까

by 잇슈17 2025. 6. 18.

사람들은 다 다르다고 믿는다. 겉모습도 생각도 취향도 각자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같은 색의 옷 비슷한 말투 비슷한 라이프스타일 속에 있는 비슷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정작 그 다양성 속에서 오히려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여전히 개성 있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디서부터인가 흐릿해진 걸까.
이 글에서는 개성이란 것이 어떻게 사라지거나 흐려졌는지 그 이유와 흐름을 세가지 관점에서 들여다보려 한다.
요즘은 다들 자기다움을 말하지만 정작 그 다움이 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개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기준은 종종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진짜 나다운 모습보다는 나처럼 보이길 원하는 모습을 택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문득 거울을 보면서 이게 정말 내 모습이 맞는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개성은 여전히 여기에 있을까
개성은 여전히 여기에 있을까

1. 개성을 포장하는 시대 진짜보다 브랜드화된 나

요즘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SNS를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과 수많은 감정 일상 취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표현이 점점 보여지는 것에 집중될수록 개성은 표현이 아니라 연출이 되기 시작한다.

가령 인스타그램에서의 감성 사진 브이로그 속의 무심한 듯 꾸민 라이프스타일 자기계발 책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의 아침 루틴 같은 것들은 어느새 개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포맷처럼 소비된다. 모두가 자신만의 특별함을 드러내고자 하지만 그 방식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이제 개성은 있는 그대로의 나에서 출발하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에서 가져온다. 우리는 나를 브랜드화해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그 브랜드는 자주 반복되는 포장지처럼 서로를 닮아간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한 개성이라는 목표 아래 또 다른 기준과 형식에 스스로를 맞춰간다. 이 정도는 튀어도 괜찮아 이 스타일은 개성 있어 보여 같은 판단은 사실 유행의 흐름에 기반한 계산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개성은 자율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타인의 시선과 반응을 전제로 완성된다.

자발적인 표현이 아니라 기대에 부응하는 연출일 때 우리는 점점 진짜 나에서 멀어진다. 브랜드가 되려는 순간 개성은 포장이고 전략이며 연출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자꾸만 미뤄진다.

2. 차이보다 공감을 택하는 문화

개성을 드러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불안 틀려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차이보다는 공감을 택한다. 공감은 안전하다.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비난받을 위험이 적다.

이런 심리는 집단 내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말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에는 사실 비슷한 취향 비슷한 경험 비슷한 태도가 담겨 있다. 이질적인 것을 감당하기보다 유사한 것을 찾고 싶은 것이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보다는 이미 많이 소비된 것에 손이 가기 쉽다.

그렇게 우리는 취향 공동체 안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의 개성은 점점 평균화된다.

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특별해 보이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다.
다름을 드러내기보다 공감을 얻는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각자의 색을 지우며 살아간다.
이 문화는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생각의 다양성과 표현의 폭을 줄여버린다. 공감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 쉽게 무난함과 익숙함을 선택하고 불편함이나 낯섦을 외면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농담, 적당히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이 선호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는 결국 비슷한 언어나 비슷한 생각, 비슷한 감정선만이 살아남는 곳이 된다.

말은 줄고 생각은 정제되고 감정은 예측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개성은 그리워지는 것이 되어간다.

3. 다양성의 피로 선택이 많은 시대의 역설

세상은 점점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쇼핑몰은 수천 가지 상품을 스트리밍 서비스는 수만 개의 콘텐츠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풍요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지치고 결국 쉽고 익숙한 것을 고른다.

이건 선택 피로라는 심리적 현상 때문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정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 결과는 결국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본 것 많이 산 것 익숙한 것에 기대게 된다.

개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지 않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에너지를 들이는 대신 평범하지만 검증된 선택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반복되면 개성은 점점 비슷한 선택 속에 가려진다.

진짜 개성은 어디에 있을까? 개성이란 말은 자주 쓰이지만 그 정의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과연 개성이란 튀는 것일까.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색다른 취향을 가지면 개성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유한 사고방식과 관점을 갖는 것이 개성일까.

진짜 개성이란 내가 왜 이것을 좋아하는가를 스스로 알고 그 이유를 납득하고 선택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유행을 따라가더라도 그 안에 나만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개성이다.

개성은 원래부터 특별한 사람이 갖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수많은 선택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다. 남들과 같아 보이더라도 그 이유가 다르다면 그것은 결국 다름이다. 문제는 그 다름을 알아차릴 여유가 우리에게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플랫폼은 우리를 익숙한 길로 이끈다.

그 안에서 나만의 개성을 지키는 일은 이전보다 훨씬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다를 수 있다.
비슷한 것을 소비하더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 안에 나만의 이유를 담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왜 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내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질문하고 의심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그 순간마다 우리는 다시 나로 돌아온다.
세상이 정해주는 기준에서 잠시 멀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