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인생을 하나의 여정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와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컴퓨터 과학에서 말하는 최단경로 알고리즘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처럼 명확한 조건과 결과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아니며 그 안에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개인의 가치 판단이 개입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인생의 최단경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경로를 찾기 위해 과도한 계산을 하며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1. 최단경로 알고리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최단경로 알고리즘은 그래프 이론에서 특정 시작점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짧은 경로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알고리즘으로는 다익스트라 알고리즘이나 벨만 포드 알고리즘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모든 경로의 가중치를 비교하여 가장 비용이 낮은 경로를 계산합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효과를 발휘하는 전제 조건은 매우 명확합니다.
경로가 완전히 정의되어 있고 각 경로의 비용이 숫자로 표현될 수 있으며 변수가 외부 요인에 의해 실시간으로 바뀌지 않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이러한 이상적 조건을 거의 충족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시작점은 알 수 있어도 끝점은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또한 각 선택지의 비용이나 결과는 수치화하기 어렵고 타인의 선택과 사회적 구조에 따라 경로 자체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로 한 청년의 진로 탐색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는 대학 진학 후 공학 분야를 선택했지만 3학년 무렵부터 적성과 동기가 맞지 않음을 느끼고 예술 관련 분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일견 비효율적이고 우회적인 경로처럼 보이지만 이후 그는 두 전공을 접목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티스트로 성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례는 인생에서의 경로 선택이 단순한 시간과 거리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정량적 최단경로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와 맥락을 고려하는 유연성이라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시간과 거리의 문제가 인생 경로 결정의 핵심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오히려 변수의 존재와 그에 대한 반응 방식이 경로의 의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또한 인생에서는 각 선택의 결과가 곧바로 피드백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경로가 더 짧거나 효율적이었는지를 사후적으로조차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선택의 순간에는 해당 경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왜곡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본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기회나 위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컨대 한 사람이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해 가장 빠르고 안전한 삶의 경로를 밟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그 안정이 정체로 이어지고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잃었다는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진로를 선택한 사람이 시간은 더 오래 걸렸지만 장기적으로 더 높은 만족감을 얻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생의 경로는 객관적 수치보다 그때그때의 인지적 판단과 감정적 선택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불완전한 선택을 반복하며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걸까요.
그 해답은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과 그 한계에 대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 사람들의 결정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실제로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제한된 합리성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인간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계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괜찮은 선택에 도달하면 그것을 최선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관련 개념은 의사결정 피로입니다.
사람은 하루에 평균 35000번 이상의 결정을 내리며 이러한 반복은 인지적 자원을 소모시켜 결정의 질을 점점 낮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즉 이론적으로 최적의 경로가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속적인 판단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복잡한 선택을 반복적으로 요구받은 사람들이 단순한 질문에서도 실수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생이라는 복잡한 경로 탐색에서 사람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할수록 오히려 오답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직업 선택에서 수많은 옵션을 분석한 결과
초기에 우연히 접한 분야에 비합리적인 확신을 갖게 되어 오히려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결정을 왜곡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이른바 정보 과부하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인생에서의 선택은 논리적으로 최적화된 경로를 따르기보다는
인지적 한계와 감정적 요소 속에서 유동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 경로 최적화보다 중요한 회복 탄력성과 적응
인생을 최적화하려는 시도는 때때로 더 큰 불안과 피로를 유발합니다.
반면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에서는 외부 변수에 의해 계획이 틀어졌을 때 다시 균형을 되찾는 능력인 회복 탄력성이 장기적인 만족도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예측이 어려운 인생에서는 어떤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원하지 않는 변수와 마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완벽한 경로를 찾으려는 시도보다는 우회하거나 재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더 큰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설계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특정한 경로보다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능력이 인류 생존에 더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생의 복잡한 경로 속에서 유연성과 적응력이 오히려 실질적인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최단경로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은 어찌 보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태도입니다.
그러나 그 본능이 항상 올바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인생의 경로를 설계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나는 지금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가
둘째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최적화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과 호흡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수학적으로 가장 빠른 경로가 아니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고 만족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생에는 계산 가능한 최단경로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길이 무작위적이거나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경험과 가치 선택 그리고 상황에 맞춘 유연한 판단이 우리가 가야 할 경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는가가 아니라 그 여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감당했는가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