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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없이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by 잇슈17 2025. 6. 27.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의 결정을 알고리즘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콘텐츠 추천, 길찾기, 뉴스 배열까지 알고리즘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우리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알고리즘 없이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알고리즘 없는 삶을 실험한 사례들과 이를 통해 드러난 한계와 통찰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알고리즘 없이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알고리즘 없이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알고리즘은 어떻게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디지털 환경에서 알고리즘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개인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전체 시청의 약 80퍼센트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유튜브 역시 사용자의 70퍼센트 이상이 추천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알고리즘은 단지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진화하였습니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패턴을 찾은 뒤, 과거에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매우 유리하지만 동시에 사용자가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를 제한하는 이른바 ‘필터 버블’ 현상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사용자는 점점 더 자신의 취향과 유사한 정보만을 접하게 되며 이로 인해 사고의 다양성과 확장 가능성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알고리즘은 무수한 정보의 바다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지만, 때때로 그 길이 너무 좁고 익숙해서 우리가 더 넓은 세상을 볼 기회를 잃고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알고리즘을 제거하거나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오롯이 자신의 판단과 선택만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정보를 탐색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삶은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는 그동안 알고리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느꼈지만 어쩌면 그 필터 너머의 세상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알고리즘이 사라진 자리에는 불편함과 혼란이 남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율성과 사고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일부 개인과 조직은 알고리즘 없는 생활을 실험하며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이러한 실험 사례들을 중심으로 알고리즘 없는 삶의 현실적인 단면들을 살펴보고 그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알고리즘 없는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2019년 미국의 수학자이자 기술 칼럼니스트인 캐시 오닐은 알고리즘 다이어트를 선언하며 알고리즘이 개입하지 않는 삶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는 유튜브, 넷플릭스, 구글 검색, SNS 자동 피드 등을 전면 중단하고 스스로 모든 정보를 수동적으로 탐색했습니다.

음식점 선택은 거리에서 직접 돌아다니며 결정했고 새로운 뉴스는 알고리즘 추천 없이 각 언론사 웹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 확인했습니다.

2주간의 실험 결과 그는 알고리즘 없는 삶이 생각보다 훨씬 더 피로하고 비효율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콘텐츠를 하나 고르는 데 평균 20분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추천 시스템의 편리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특히 친구들과의 온라인 소통에서도 알고리즘이 제공하던 소식 추천 기능이 사라지면서 대화 단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인간관계 유지마저 알고리즘이 도와주고 있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2022년 네덜란드의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도 유사한 실험이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를 전면 차단하고 비알고리즘 주간을 선언했습니다.

구성원들은 이메일도 자동 분류 없이 확인하고 뉴스는 RSS 방식으로 직접 수집했으며 영상 콘텐츠는 무작위로 선택해 시청했습니다.

실험 종료 후 참여자들은 업무 효율성이 평균 37퍼센트 정도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더불어 뉴스 소비량은 급감했고 대화 주제의 다양성도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반복적인 정보 탐색 과정이 스트레스를 유발했고 많은 이들이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호소했습니다. 이 실험은 알고리즘이 단순한 기술적 편의성이 아니라 현대인의 정보 인지 과정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방향 없이 살아간다는 것

인터넷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정보를 매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하루에만 유튜브에는 약 5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블로그는 매일 7000만 개 이상의 글을 생성하며 뉴스 기사 역시 하루 평균 500만 개 이상 발행됩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는 알고리즘이라는 필터를 통해 의미 있는 정보에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 필터가 사라진다면 사용자는 일일이 검색어를 입력하고 콘텐츠를 비교 분석하며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는 인지적 과부하 상태를 유발하며 실제로 인간의 집중력과 판단력은 정보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급격히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팀은 정보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오히려 비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알고리즘 없이 정보를 탐색하는 일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지속적으로 방해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집니다. 알고리즘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사용자의 ‘선택 피로’를 줄이고 더 빠르고 적절한 결정을 도울 수 있는 기능적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무조건 믿어도 괜찮을까요. 알고리즘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윤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편향된 데이터셋을 사용할 경우 그 편향을 그대로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인종, 성별, 나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알고리즘 윤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은 대부분 비공개이며 복잡한 수학적 모델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사용자가 그 논리를 이해하거나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알고리즘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맹목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환경을 만들며, 그로 인해 자율적 사고와 판단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알고리즘을 완전히 거부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이분법적 태도보다는 알고리즘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의 역할과 한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디지털 시민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잘 활용하면 정보 탐색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세계관을 대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