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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이 이상하게 정확한 이유

by 잇슈17 2025. 6. 12.

넷플릭스를 켤 때마다 느끼는 묘한 감정이 있다.
딱히 뭘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추천 콘텐츠 몇 개를 훑다 보면 어느새 ‘딱 지금 보고 싶은’ 영상이 화면에 떠 있다. 놀라울 만큼 내 취향을 잘 아는 이 서비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내가 고른 것 같지만, 사실 고르게 된 건 아닐까?”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의 추천이 왜 그렇게 정확한지,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넷플릭스 추천이 이상하게 정확한 이유
넷플릭스 추천이 이상하게 정확한 이유

1. ‘내 취향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라는 생각 나만 한 게 아니었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분명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상단에 뜬 추천 리스트를 하나 둘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놀라운 건, 그 추천 콘텐츠들이 이상하리만치 ‘지금 내 기분’이나 ‘요즘 내가 꽂힌 무드’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이건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내가 클릭하고, 멈추고, 스킵한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얼마나 오래 봤는지, 어떤 장르에 오래 머물렀는지, 심지어 영상 썸네일에 머문 시간까지 분석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로 등장하는 게 바로 그 정교한 추천 리스트다. 내가 자주 본 장르의 콘텐츠는 물론이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른 유저들이 좋아했던 작품도 함께 뜬다. ‘협업 필터링’이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넷플릭스는 이걸 콘텐츠 분석 방식과 결합해서 추천의 정확도를 더 끌어올린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인데도 “이거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이유는, 이미 알고리즘이 내 안목을 나보다 먼저 파악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 알고리즘은 내가 좋다고 말한 것보다 계속 보는 것을 더 신뢰한다.

우리는 종종 “이건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콘텐츠가 있다. 반대로, “이건 꼭 봐야 해!”라고 해놓고 막상 클릭조차 안 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이 차이를 꽤 정확히 감지하고 있다. 내가 말로 표현한 취향보다, 실제로 반복적으로 행동한 패턴을 더 신뢰한다.

예컨대, 액션 영화에는 별 다섯 개를 주고 리뷰도 달았지만, 정작 최근 한 달간 내가 끝까지 본 건 다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알고리즘은 내가 말한 ‘좋아하는 콘텐츠’보다, 내가 시간을 쓴 콘텐츠를 선호도로 판단한다. 결국 내가 본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거다.

또 하나 놀라운 건, 넷플릭스는 단순히 ‘장르’ 단위로 추천하지 않는다. 수천 개의 세부 태그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아주 미세하게 나눈다.
“10대 주인공이 등장하는 가벼운 성장 드라마”
“실제 사건 기반의 느릿한 템포 범죄물”
“어두운 분위기의 유럽 배경 심리 스릴러” 등등.

그래서 같은 범죄물이라도 누군가는 유쾌한 추리극을 추천받고, 다른 사람은 차가운 다큐를 받는다. 나는 그때그때 보는 콘텐츠를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상 그 선택은 이미 예측된 범위 안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3. 넷플릭스를 켜는 순간, 선택당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슬슬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정말 내 의지로 콘텐츠를 고르고 있을까?"
"아니면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것 안에서만 선택하고 있는 걸까?"

추천 알고리즘이 너무 잘 맞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보다 그냥 메인 화면에 뜨는 것만 소비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피곤한 하루 끝에 탐색하는 수고 없이 적당히 괜찮은 콘텐츠를 보는 건 꽤 편하다. 나도 자주 그렇게 본다. 문제는, 이런 루틴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비슷한 장르, 같은 흐름의 콘텐츠만 소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알고리즘이 계속 특정 패턴을 추천하면서, 내 취향이 점점 더 편향되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 같았으면 전혀 보지 않았을 만한 콘텐츠도 알고리즘이 추천하면 “그럴 듯한” 느낌이 들고, 반대로 원래 좋아했던 장르는 점점 멀어진다.

결국 선택지를 제공받는다는 건, 어느 정도 선택을 통제당하는 구조일 수도 있다. 그게 아주 교묘하게, ‘자유롭게 고르는 척’하면서 일어난다.

 

결론을 짓자면 알고리즘은 정확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넷플릭스의 추천이 이상할 정도로 정확한 이유는 복잡한 기술, 정교한 태그 시스템, 그리고 우리의 반복된 시청 행동 덕분이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추천이 진짜 내 취향을 100%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지금의 나'에 최적화된 선택지일 뿐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취향이 고정된 것이 아니듯, 가끔은 알고리즘이 예상하지 못한 콘텐츠를 일부러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때로는 예상 밖의 선택이 오히려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

넷플릭스는 나를 잘 안다. 하지만 그게 '진짜 나'를 전부 아는 것은 아니라는 점, 가끔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